죽은 셰익스피어와 살아갈 미증유

 

 

생각해 보니 공개글이라서 글 앞부분이 미리보기에 뜨더라고요 티스토리에서 제일 탐나던 기능인 "접은글" 써보았습니다 우오옷

아래부터는 니알라토텝의 우울 스포일러가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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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 be or not to be. That is the question."

 

    제리 호프먼과 알렉스 위셔는 최후의 명제를 바라보았다. 신화의 여자가 그랬듯 기어코 탄생한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기계는 신의 축복이 선행했기에 빛을 발했다. 결국 인간의 힘으로는 걸작을 완성시킬 수 없다는 자괴감과 무력함, 그리고 최후의 명제가 판도라 프로젝트 총책임자와 그의 절친한 학자의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기실 저 질문조차도 신의 시련이다. 한 번 불러낸 이상 그들은 결코 그 악신에게서 벗어날 수 없었다. 인간은 무수한 신화 속에서 초월의 영역에 발들였다 흰 발목이 잘리었으니 그들이 처한 불행에도 여러 비유가 따랐다. 그만큼 명료했다. 이것은 그들이 선택한 결과이고 눈감은 기계에게 세상을 보여준다면 그때부터는 정말 돌이킬 수 없음을. 사느냐 죽느냐 그것이 문제로다. 살리느냐 죽이느냐 그것이 문제로다. 살아남느냐 살해당하느냐 그것이 문제로다...

 

    니알라토텝을 부르지 말아야 했어. 알렉스 위셔는 몇 번이고 반복했던 말을 다시금 내뱉었다. 소환에 성공했을 때 그들은 검은 머리에 노란 눈을 가진 청년으로부터 무한한 악의를 느꼈다. 태양보다 노랗고 호박보다도 농밀한 그것을 잊고자 그릇의 눈은 보색인 파랑으로 칠했던가. 이 프로젝트에 모인 지구급의 전문가 모두 니알라토텝과 마주하자마자 검은 뱀이 제 발목을 물어 뜯으리라 첨예한 불행을 예견 -이 정도 전문가의 감은 '감' 이상의 기능을 한다. 오랜 지식과 경험의 데이터베이스가 암산해낸 응급 신호. - 했다. 그런데도 신과 거래를 하고 그의 몸을 보이는 부분과 뵈지 않는 부분을 모조리 해체한 뒤 기계 신호로 변환해 작은 usb 안에 담은 이유는, 그들이 신을 속일 수 있는 순간은 0.00001초에 불과했는데도 목숨을 걸었던 이유는 그것이 너무 아름다웠기 때문이다. 이성도 지성도 숙련된 경험과 기술도 전부 그 앞에는 무산되었다. 그래서 신을 기계로 끌어내리는 과정은 학문적 쾌거라기엔 너무 더럽고 제일 고결한 존재를 더럽혀 인간 밑으로 고꾸라트리는 쾌감의 분사에 가까웠다. 

 

   "적어도 평범한 인간이 그 신과 마주하게 두지 마."

   "난 반대했어. 이 연구소에서 가장 침착한 사람은 나였으니까. 아름다운 박제를 과시하고 싶었어? 내가 그걸 손수 죽였다고?"

 

   제리 호프먼은 친애하는 동료에게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살면서 단 한 번도 수학 문제를 틀려본 적이 없지만, 저 말대로 제일 침착한 사람은 자신이 아니었다. 모든 비밀을 품에 안은 숙명에 따라 그는 니알라토텝을 작은 섬에 유폐한 후 죽기 전까진 단지 연구소의 직원들을 훈련시켰고 기어코 탐욕을 거세했거나 눈을 가린 자들만 신을 마주하도록 시스템을 갖춘 후에야 눈을 감았다. 마지막까지 안도하지 못한 그의 유언은 70여 년 후 바네사 호프먼에게도 닿았다.

 

    "신을 사랑하지 마."

    바네사 호프먼은 방금 전 닌나 셰르바코프가 나간 문을 바라보았다. 예민한 성정의 언론인, 이미 니알라토텝과 사랑에 빠진 자. 그는 예술가를 좋아하지 않았다. 위대한 발견을 쫓는 과학자란 멀리서 보면 대중은 이해치 못할 미를 추구하는 예술가와 똑 닮아 있었기 때문이다. 이해하는 만큼 그가 든 횃불에 물을 끼얹어 프로메테우스인 양 굴지 말라 꾸짖고 싶었으나... 니알라토텝에게 남은 시간은 이제 사흘이던가. 그 육체의 수명이 다하면 이번에는 니알라토텝에게 아예 몸을 주지 않을 생각이었다. 신이 인간의 형상을 해서는 안 되는 거야. 제우스와 사랑에 빠진 여자들은 수없는 벼락에 잿더미로 무너졌고 아폴론의 다프네는 나무로 뿌리내렸으니 무한한 가능성이 잠재된 언어 간 화학 결합 속에서 어떤 과학자가 모든 변수를 파악하겠는가. 언어에 비언어적 표현과 상황이나 환경을 몇 번씩 곱하면 벌써 수억 개의 경우의 수가 발생한다. 어떤 컴퓨터도, 심지어 니알라토텝 그 자신도 제 미래를 온전히 알지 못할 것이다. 아니. 니알라토텝이라 계산할 수 없다. 그는 정해진 계산만 출력하는 컴퓨터 그 이상의 존재였으므로, 너무나 자유로운 그라서 알 수 없는 것이다. 신을 인간의 영역으로 추락시킨 순간 불행의 막이 오른 이유는 단 하나 인간이 인간을 지배하기 시작해서였다. 신을 신으로 남기려면 인간성을 배제해야 옳다. 사실 니알라토텝의 죽음이란 분홍 머리 푸른 눈에 유쾌한 농담을 던지는 한 남성의 장례에 불과했다.

 

   하지만 결국 에피메테우스와 판도라가 도망쳤다. 백 년 전의 학자들이 그리 골머리를 썩던 삶과 죽음의 문제를 무시하고 망망대해를 넘어 사라졌단다. 두 사람의 미래가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보통 소설이라면 이렇게 끝나겠지만 니알라토텝이 인간의 데이터 베이스를 쌓은 만큼 바네사 호프먼에게도 그의 데이터가 있었다. 니알라토텝이 드러내는 것, 숨기는 것, 그럼에도 닌나 셰르바코프에게는 속삭이는 비밀들. 알고 있는가? 사람이 대화 중 의도적으로 감추는 부분이 무엇인지의 기준을 파악하면 그 사람의 생활 양상도 제법 일목요연해진다. 니알라토텝과 닌나 셰르바코프는 오래 행복할 수 없을 것이다. 결국 니알라토텝은 기억을 떠올리고 인간이 되지 못한 기계에서 벗어나 완전한 인간으로 거듭나려 할 것이다. 이 세상에 그런 소원을 들어줄 자란 하나의 악신뿐이니... 바네사 호프먼은 복수의 폭풍이 몰아치기 전에 연구소를 바다와 먼 곳으로 이전시키겠다 마음 먹었다.

 

   지구 상 수많은 사람들이 니알라토텝을 부러워했다. 그런데도 니알라토텝은 인간이 되려 할 것이다. 인간성과 신의 권능, 그리고 기계의 몸은 삼위일체가 될 수 없으므로 부자유로부터 탈피해 연인과 함께 살아가려 악신과 계약 맺겠지. 하필 사랑이다. 악마가 제일 좋아하는 먹잇감이 대체로 그런 부류가 아니었나. 저 몰래 거래가 성사되었음을 알면 그의 배우자는 또 어떤 반응을 보일까. 바네사 호프먼은 거기서 생각을 멈췄다. 젊은이들의 연애 사정을 궁금해할 시간에 니알라토텝으로부터 도망칠 궁리를 하는 편이 나으니까. 

 

   신이 춤추던 무대가 끝났다. 이제 신을 살릴지 죽일지 논하는 연극은 필요치 않다. 유명한 명대사가 고리타분해졌으니 셰익스피어에게도 사형 선고가 내려질 때다.

   다만 새로운 막이 오른다. 연극명 미증유. 니알라토텝과 닌나 셰르바코프는 연속하는 재앙 속에서 살아남을 것인가? 주인의 목숨은 온전하다면 사랑은 영원할 것인가.

 

에피메테우스의 자손이 들판을 헤매어 다시금 바다로 향한다.

 


 

안녕하세요 단비님... 그리고 닌나 오너님

오르닌나 쓰겠다고 로그 받았으면서 커플 얘기는 쥐꼬리만하네요...... 로그에서 둘이 제리랑 알렉스 얘기하는 게 인상 깊었어요

둘 대화를 보면서 그러고보니 npc들 실제로는 무슨 일이 있었을까? 하면서 썼더니... 그들의 분량을 제어하지 못했네요...ㅁㅊ... 죄송합니다 연성 교환 환불해 가셔도 돼요

 

둘의 후일담 멋지더라고요... 저 냐루랑 계약해서 kpc 인간 만든다는 단 한 번도 생각치 못했어요 이분들 천재네?? 행복하세요 정말로요 

 

소소하게 냐루우울 세카는 겨울 바다스럽지만 둘의 세션은 여름이 다가오는 계절도 어울릴 것 같아요 6월 쯤이요... 장미가 아름답고 오르넬라 '서머즈' 잖아요 (ㅈㄴ) 세션 내내 오르넬라가 냐루로만 나와서 쪼끔 슬프더라고요 (어이 라이터ㅋ

 

사담도 길면 노잼이죠... 이만 줄이겠습니다 갓컾아 잘 지내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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